당신의 연인에게 짜장면을.... by RocknCloud

오늘 퇴근 후 운동 가기전이었습니다.

단골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바로 옆에 위치한 중국집에 들렀습니다.

이곳 제주에서 꽤나 알려진 중국집이지만,
더운 날씨에 불경기라 그런지 손님은 저 하나 밖에 없더군요.

에어콘 대신에 커다란 선풍기를 내 등 뒤로 질질 끌고 오더니 냅다 강풍을 쏘아주시는 여사장님.

그래요.. 강풍에 뒷머리에 가르마를 만들어주셔도......
아주머니의 따스한 마음...
하여간 땡큐에요~


여하튼...

중국집에 들어가면 항상 고민하는 숙명의 갈림길....


짜장이냐.. 짬뽕이냐...


그래.
어제 과음을 했으니, 당연 짬뽕이겠지만...
조금은 색다르게 짜장으로 달려보는거얏!!!!!


메뉴 주문후 갑자기 증폭되는 "뻘쭘함"을 달래려고 서툰 왼손 젓가락질로 단무지를 집어 먹고 있을 때였습니다.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커플이 식당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앞서 걸어들어오는 여인은 약간 몸이 불편한 듯 보였습니다.
심하게 절룩이는 모습을 보니, 한쪽 다리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듯 했습니다.

두 남녀는 나와 바로 맞은 편 식탁에 앉았습니다.

앉자 마자 핸드폰을 꺼내더니, 벨소리를 이것 저것 바꿔가며 떠들기 시작....
홀의 적막함을 산산조각 내더군요.

들리는 소리라고는 덜덜거리는 선풍기 소리만이었던 공간에
예의 없고 소란스런 커플이 앞에 앉아있으니,
나 그런거 싫어하거든요...

당연히 얼굴을 찌푸리며 그 두사람을 눈여겨 봤습니다.


여자분은 몸도 불편했지만, 말하는 데에도 약간 장애를 갖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두사람이 이야기 하는 것을 보아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임에 분명하고...
그제서야 남자분을 쳐다보았는데,
준수한 외모에 건실하고 진실되 보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구나.....'


내가 주문한 짜장면이 나올 때 쯤,
남자가 주문을 하더군요.

"여기요~ 간짜장 하나와, 짬뽕 하나 주세요~"

헐..... 하필 짬뽕....
짜장 시킨게 급 후회...

그래도 꿋꿋하게 내 짜장을 비비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짬뽕과 간짜장이 나오고...
여인 앞에 간짜장이.. 남자는 짬뽕.

갑자기..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군요.

여인이 말합니다.
"어머..왜..나...드...할.쓰..있..써..."

"아냐. 내가 대신 해주고 싶어서 그래"

남자는 일어나서 여인의 옆에 정중히 서서
짜장이 담긴 공기를 들어 정성스레 면 위에 부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젓가락으로 천천히... 그리고 골고루 면을 비비기 시작합니다.

"괜...차....나..."

"자기야.. 나 짜장 잘 비비는거 알면서 그래. ㅎㅎ 이제 다 되었네. 맛있게 먹어요"

남자가 자리에 앉자, 남자의 뒷모습에 가려있던 여인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행복한 미소가 얼굴에 이미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짬뽕을 불어 자신에 입에 넣는 남자의 눈은 여인을 쳐다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서툴게 젓가락질을 하는 여인은 잠시 수줍어 하더니 이내 짜장을 입에 담았습니다.

한입 한입 짜장을 입에 넣을 때 마다 여인에 입에 묻는 짜장 양념...





오래가지 않았어요.

계속해서 남자의 손에는 새 넵킨이 들려있었고,
남자의 손은 쉴 새 없이 여자의 입에 묻은 짜장을 닦아주었습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나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문득...

사랑하는 사람에게 짜장면을 사주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RocknCloud.egloos.com/tb/3825316) 도움말
  • 당신의 연인에게 짜장면을.... 2008/07/15 16:30 #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 머금으시길 기원하며 이 포스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이마저 염장이라고 생각되신다면.... 죄송합니다;... more

덧글

  • -A2- 2008/07/15 01:17 답글

    무척이나 멋진 장면이네요.
    완전 기분좋네요.
  • Gadenia 2008/07/15 08:26 답글

    RC님. 컴백(?)만큼이나 감동스러운 포스팅이네요.
    잘 지내셨나요? ^^
  • 아미 2008/07/15 11:44 답글

    우움~
    감동이 울컥..
  • 다마네기 2008/07/15 12:10 답글

    아하하하... 아름다운 연인들의 달콤한 식사시간.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계셨을 알씨님.
    마치 영화 속 한 장면같아요.
    아주 예쁘고 평화로운, 정말 좋은 영화.
  • 티티 2008/07/15 21:06 답글

    그림이 그려지는 이야기네요..^^
  • 깨비 2008/07/16 07:45 답글

    전 우선 사랑하는 사람을 만드는게 급선무겠군여.. 쿨럭.. --;;
  • 미친소영 2008/07/17 17:27 답글

    미소가 먼저 떠오르게 되는 상황이에요~^^

    근데...짜장면 먹고싶어졌어요~ㅠ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